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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 애인이 있는데 자꾸만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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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3년 사귄 애인이 있어요. 1000일이 갓 넘었죠. 문제가 하나 있다면, 자꾸만 새로운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는 거예요. 그를 너무 사랑하고, 지난 시간이 소중한 것도 잘 아는 데도 전 왜 이러는 걸까요? 죄책감도 느껴요. -자기 자신이 두려운 E님(33)
A. 사랑을 영원한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진 않나요. 설렘은 사랑 전체를 대변할 수 없어요. 먼저 자꾸 마음에 제동장치를 걸지 말고, 있는 그대로 흔들리는 마음을 응시해 보세요.
에디터가 대학교 3학년, 기말과제에 절어졌던 때가 떠올라요. 끝나지 않는 과제에 한숨을 쉬자, 선배는 "다 지나가리라"라는 외마디를 흘렸죠. 순간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던 과제가 과거완료형이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얘길 왜 하냐고요? '다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을 기억하면, 마음이 가벼워지거든요.
먼저 지적하고 싶은 건 '설렘=사랑'이라고 생각하는 등식이에요. 너무나 많은 매체가 우리를 망쳐왔죠! 물론 사랑이 시작되는 많은 순간에 설렘이 시동을 거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설렘 자체가 사랑이라고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죠.
열정이 소진되는 건 꽃이 피고 지듯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충분히 주변에 눈이 갈 수 있죠. 자신의 그런 마음을 일부러 쫓아내려 하지 마세요. 그럴수록 마음은 더 쏠리게 되어있거든요. 시속 70km로 달리는 버스에 급제동을 걸었을 때 어지럼증이 심하게 오는 것과 같죠. 관성의 법칙처럼요.
고정불변한 사랑의 모습을 꿈꾸고 있진 않나요? 한 사람을 향한 끊이지 않는 열정은 환상이에요. 설렘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A라는 분에게 기우는 마음을 가까스로 붙잡아도, 몇 달 뒤 B에게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할지 몰라요.
이런저런 자극에 동요하는 E님의 마음을 묵묵히 응시하세요. 사소한 떨림이라면, 그대로 지나갈 겁니다. 오히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수용하고,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재정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죠.
그럼에도 흔들리는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는다면, 두 가지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먼저 '낯설게 보기' 방법이에요. '권태기 사연' 편에서 다룬 내용인데요. 서로에게 익숙해진 커플이라면, 평소 안 하던 데이트를 해 보는 거예요. 낯선 경험을 할 때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상대를 새롭게 보게 하거든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 매일 익숙한 환경에서 보던 상대와 공방 체험을 하거나 VR 게임을 하면서 상대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잖아요? 밥 먹고, 술 먹고, 관계를 가졌다면, 그사이 해보지 않았던 데이트를 해 보세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상대의 모습을 보는 일이 묻혀 있던 설렘을 깨워줄 거예요.
두 번째는 다소 위험한 방법인데요. E님을 설레게 한 그를 만나는 거예요. 얼핏 보면 첫 번째 방법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사실 같은 맥락이에요. 앞서 제안이 '설렘 입히기'라면 이건 '설렘 벗기기'거든요. 그에게 설레는 건 환상 때문일지 몰라요. 그 사람과 만나면 '더 좋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가 감정을 키우는 추동력이 되는 거죠.
한두 번이라도 만나보면 그저 새로운 사람을 향한 설렘이었는지, 거리감에서 오는 궁금함이었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와 당신이 잘 맞는지 테스트할 수 있을 거예요. 그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했을 수 있어요. 물론 그 이후의 파장은 오롯이 E님의 몫입니다.
이 대목에서 영화 <클로저>의 첫 대사 "Hello, Stranger(안녕, 낯선 사람)"가 떠오르는데요. 극 중 앨리스에 따르면 사랑은 '순간의 선택(There's always a moment)'이에요. 사랑은 몇 가지 보기를 두고 고르는 취사선택이 아닌, 다짐입니다. 결국 사랑에 빠진 상태에 자신을 던질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아닐까요.
사랑을 설렘으로 규정한다면, 정착하지 않은 채 영원히 유랑하게 되겠죠. 항상 새로운 사람에게 제일 설레는 법이니까요. 설렘에 큰 가치를 둔다면, 지금 만나는 이와 헤어지는 것도 옳은 수순일 수 있어요. E님이 생각하는 사랑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에요. 어쩌면 사랑은 '누구'를 사랑하느냐보다 '어떻게' 사랑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10년간 한 사람을 사랑해온 선배에게 물었습니다. 그간 다른 사람에게 설렌 적이 없었냐고요. 그는 "새로운 사람만큼 큰 자극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낯선 이가 주는 설렘보다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이, 그 사람만 줄 수 있는 사랑을 줄 때 더 짜릿하고 감동적"이라고 말했어요. 또 다른 8년차 커플 B는 *"설렘 자체는 마치 윤회의 고리처럼 찾아오는 것"*이라고 인정했죠. 그러면서 그는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상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라고 현자처럼(!) 말했어요.
에디터가 긴 시간 떠들었지만, 잘 쓴 시만큼 설득력 있는 메시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장범준의 '그녀가 곁에 없다면'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만하려고 합니다. 노래에는 '한 번 밖에 없는 사랑'이라는 가사가 나오죠. 등장인물이 바뀌면,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한 번 밖에 없는 사랑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는 오로지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디 당신의 사랑에 답을 찾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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