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있는 하트 점, 귀여운 웃음소리도 모두 사랑스러워.” 꾸준히 회자되는 로맨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주인공 톰이 썸머를 바라보며 하는 생각인데요. 이는 추후 징그러운 점, 듣기 싫은 웃음소리로 180도 뒤바뀝니다. 우린 연인에게 반했던 그 이유로 상대와 부딪치곤 하는데요. 오늘은 연인의 장점이 단점이 되던 순간과 그 속에서 얻은 바를 나눠볼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썸탈 때와 연애할 때 상대가 달리 보이는 사람
- 애인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사람
- 지금 애인과 오래 잘 만나고 싶은 사람
언제나 자신의 의견을 우선해 주는, 배려심 많은 애인에게 반했었다는 주○○(32) 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애인이 선택에 있어서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저녁 메뉴로 냉우동이냐 냉모밀이냐를 두고 길에서 15분 이상 고민해 본 적 있어요? 전 없어요.”
앙 다문 입술에서 단호함이 느껴지는 주○○ 님이 말을 이었죠. “보통 ‘오늘 저녁은 돈까스다!’ 하면 혀와 위 모든 신경이 돈까스에 쏠리는 기분이고, 웬만해선 점찍어둔 데로 가지 않나요? 근데 남친은 안 그렇더라고요. 끝까지 고민해요.” 그녀의 눈에 비친 남친은 저녁 메뉴 하나에 국운이 걸린 모습이었다고.😂
그렇게 남친에게는 본인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답답이’ 이미지가 추가됐다고 하는데요.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 첨엔 귀여웠죠. 나중엔 시트콤 찍나 싶었어요. ‘그렇게까지…?’ 싶었거든요. 배고파 죽겠는데 말이죠. 이해가 안 가는 게 컸던 거 같아요. 냉랭할 때는 ‘저래서 인생의 결정을 어떻게 하나’ 싶죠.”
오죽 답답했으면 한 번은 ‘대선 투표 하느냐’고 반문했다는데요. “그랬더니 ‘오늘 저녁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하더라고요. 인생의 낙이 음식인 사람이니 이해하기로 했어요. 식비 빼고는 뭐, 쓰는 것도 없고요.” 대신 규칙을 정했다고 하는데요. “’○○ 먹을 걸 그랬나?’ 혹은 ‘다음엔 ○○ 먹자’는 밥 먹고 1시간 이내엔 금지했어요. 저까지 선택을 잘못한 기분이 든다고요!”
데이트를 회사 프로젝트처럼 생각하는 남친을 둔 김○○ (29)의 얘기도 흥미로웠는데요. 사귄 지 3개월 만에 떠난 춘천 여행에서 남친의 성향을 확인했다고요. “그 주에 둘 다 일로 바빴거든요. 카톡에서 ‘이런 게 있대!’하고 링크 공유한 것 빼고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어요. 그러다가 당일에 용산역에서 만나서 가는데 지도가 빼곡하더라고요. 맛집부터 관광지까지요.”
그러면서 그녀는 처음에 자신이 의견을 말하지 않은 게 잘못일 수 있다며 남친 변론부터 했는데요. “저도 가고 싶은 데가 있긴 했거든요. 도착해서 막국수를 먹으면서 ‘그럼 이제 ○○ 카페 갔다가’ 하길래 ‘의암호는 어때?’ 했더니 '갑자기?'라는 거예요. 그러더니 ‘거기는 좀 먼데’ 하더라고요. 급 빈정이 상해서 ‘아니야, 됐어’ 했죠.”😐
그는 남친을 ‘데이트 기획자’라고 지칭했어요. 무려 80%에 달하는 ‘J’ 성향은 여행지에서 더 강력하게 발휘됐다고. “약간 본인이 매사 리더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날 여행에서 돌아올 때 그랬어요. ‘자기 최고다. 별점 남기면 돼?’ 라고요. 애인은 신난다고 좋아했는데, 사실 전 좀 토라진 상태였어요.” 그래도 그날 여행은 평균 이상이긴 했다고.
그의 주도적인 모습을 좋아한 건 맞다고 했는데요. “매번 맞춰주는 남친들만 보다가 주관이 뚜렷하니 멋있어 보였죠. 문제는 가끔 꼭 제가 아니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예요. ‘얜 누굴 만나든 자기 입맛대로 하겠지’ 싶어서요.” 최근엔 고착화된 관계 탓에 의견 표현이 어색해졌다고 덧붙였어요. “다 좋은데, ‘갑자기?’란 말은 좀 안 했으면 해요.”
결국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이었어요. 눈치 백 단 남친을 둔 박○○ (23) 님은 자상한 애인을 두고 있지만,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저만 유치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데이트하다 보면 애인이 ‘자기 많이 지쳤구나’ ‘배고파?’ 등 지레 제 상태를 알아봐요. 관심법 제대로죠. 제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니까요.”
한 번은 남친의 섬세함이 신기해서 물어봤다는데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했더니 ‘그만큼 네 감정에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지’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넌 네 기분이 우선이잖아’라고 팩폭을 날려서 흠칫했어요.” 때로는 상대방의 섬세함이 ‘모종의 가스라이팅’처럼 느껴진다고. “너도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어요. 너무 섬세해도 인간미 없다고요.”
스스로 <엘리멘탈>의 웨이드 같은 남자’라고 부르는 차○○ (27) 님은 ‘전형적인 ST 여친’을 두고 있었는데요. “전 항상 ‘넌 너무 감성적이야’란 소릴 들었어요. 그런 제 모습이 싫어서 냉철하고 똑 부러진 사람한테 끌렸죠.” 하지만 이젠 자신의 장점과 상대의 부족한 점을 같이 볼 수 있다고요. “사귀고 나니 보이더라고요. 얼마나 감정에 무딘지요. 자기 감정도 말이죠.”
요즘 그는 여친의 1:1 감정 코치로 나섰다고 설명했어요. “모든 것에 ‘왜?’를 다는 걸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어요. 관심 표현인 건 알겠지만, 이유를 물으면 당장 해명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요. 그냥 상대 얘기가 끝날 때까지만 조금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요즘엔 ‘합죽이’ 표정으로 숨 참으면서 들어주고 있어요. 아마 본인도 쉽지 않겠죠”라면서 웃었죠.
결국 장점과 단점이란 한 사람을 설명하는 두 가지 방법 아닐까요. 달라진 건 상대를 포용하는 내 마음 그릇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애인의 좋았던 점이 단점으로 바뀐 경험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