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오르가즘을 주제로 대화한 적이 있나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오르가즘 썰은 ‘느낀 적이 있다/없다’부터 시작하는데요. 같은 동성끼리도 첫 스텝부터 엇갈리죠. 공통된 경험이 적다는 게 여성과 남성 오르가즘의 가장 큰 차이점! 여성들의 오르가즘은 왜 이리 천차만별일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다른 여성들의 오르가즘 경험이 궁금한 여성

• 여성의 오르가즘을 이해하고 싶은 남성

  

여성 오르가즘에서 클리토리스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여성의 쾌감을 연구하는 OMG Yes에서는 미국 여성 10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이를 잘 보여줘요. ‘오르가즘에 음핵 자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7%, ‘음핵 자극은 필요 없지만 (오르가즘을) 향상시킨다’가 36%로 비슷했거든요.¹

하지만 클리토리스는 오랜 기간 외면당했어요. 그 배경엔 생식력이 있다고 분석되는데요. 오르가즘이 곧 사정이고, 2세 생산인 남성과 달리 여성의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은 도무지 번식으로 연결되지 않으니까요. 여성 오르가즘의 ‘쓸모’ 얘기가 지금껏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여기엔 프로이트의 몫도 컸어요. 그는 어린 시절 발달 단계마다 적절히 승화되지 못한 성욕이 훗날 신경증을 유발한다고 분석했어요. 프로이트는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성욕의 중요성을 수면 위로 꺼냈지만, 클리토리스 오르가즘을 여성의 성적 미성숙이라고 평가함으로써 여성의 몸에 대한 오해를 부추겼죠.²

다행히 이런 오해들은 해부학 지식이 쌓이면서 해소됐어요. 먼저 여성의 클리토리스는 신경이 밀집된 쾌락의 핫스팟으로 인정받았죠. 나아가 클리토리스가 음순 사이에 몸을 숨긴 작은 돌출 기관이 아니라, 치골 안쪽까지 뻗은 거대한 뿌리라는 사실도 알려졌답니다.

이 밖에도 2011년 fMRI로 촬영한 뇌 단층 영상은 여성의 오르가즘이 왜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건강한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클리토리스와 질, 자궁경부 자극에 따라 뇌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촬영했어요. 그 결과 뇌 반구의 중앙 부위인 중심 소엽(paracentral louble)이 활성화됐죠. 음핵과 질, 자궁경부에서 모두!🧠³

이 외에도 시상, 2차감각피질, 두정엽 등도 활성화됐는데요. 차이도 있었어요. 질과 자궁경부를 자극한 경우엔 소뇌도 활성화 됐거든요. 연구진은 소뇌가 근육의 긴장을 조절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죠. 이 과정에서 유두도 여타 성기만큼 자극받는다는 것도 밝혀졌죠. 한 마디로 성감대에 따라 자극받는 뇌 부위는 같은 듯 다른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려면 ‘교제 상태’도 중요해요. 흔히 여성이 남성보다 원나잇에 보수적이라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보통 이런 배경에는 임신과 성병의 위험이 꼽히는데요. 단순히 오르가즘 측면에서도 원나잇은 소득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답니다.

Journal of Sex & Marital Therapy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연인과의 섹스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비율이 가장 컸거든요!⁴ 처음 만난 이와의 첫 섹스에 오르가즘을 느낀 여성은 응답자의 10%에 그쳤던 반면, 한두 번이라도 만났던 이와의 섹스에선 16%, 3번 이상 만났던 이와의 섹스에서는 34%로 높아졌죠. 그리고 6개월 이상 연인이었던 상대와의 오르가즘 경험 비율은 67%까지 올라갔답니다!

성적 즐거움 자체는 가벼운 섹스에서도 86%로 낮진 않았어요. 하지만 연인과의 섹스가 97%로 더 큰 즐거움을 선사했죠. 한 마디로 ‘오늘 보고 말 사이’보다는 ‘내일도 볼 사이’, 나아가 미래를 약속하는 사이일수록 쾌감도 커진다는 사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섹스도 그렇다는 거겠죠?💑

실제 여성들은 오르가즘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우** 님(24)은 “가장 최근에 느낀 오르가즘은 손으로 느낀 것”이라면서 “같은 사람인데도 이전엔 핑거링으로 못 갔었는데, 속도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어요. 한편 이** 님(27)은 “우** 님과 달리 손으로 받았을 땐 별로였다”면서 사뭇 다른 경험을 밝혔어요.

그렇다면 주로 어떻게 오르가즘을 느끼는지 물었는데요. 이** 님은 “삽입할 때는 확실히 클리와 가까운 자세일수록 (오르가즘을) 잘 느끼는 편”이라고 전했어요. 이어 그는 오르가즘을 느꼈을 때 “내가 남자라면 ‘지금이 사정 시점이구나’라고 느꼈다”면서 “성기에 제2의 심장이 있는 느낌”이라고 묘사했어요.

반면 노** 님(36)은 “극도로 흥분했을 때 질이 잔뜩 부풀어 올랐을 때 인체의 신비를 느꼈다”면서도 “(오르가즘이) 핵심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어요. 이어 “오르가즘을 느꼈던 때와 못 느꼈던 때를 분리해 생각해 보면, 오르가즘 여부를 떠나 ‘이 사람과 이렇게까지 감정을 나눌 수 있구나’라는 사실 자체로 행복했다”라고 전했죠.

한편 우** 님은 “정작 ‘고점’을 빨리 넘으면 그만큼 쉽게 식는 것 같다”면서 오히려 오르가즘 직전까지의 상태가 더 황홀하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관계를 막 시작하면 키스부터 시작해 옷을 벗기는데 이때의 긴장감을 점차 줄이면서 서로에게 집중할수록 잘 느낄 수 있다”라고 덧붙였어요.



이번 콘텐츠는 ‘여성들의 오르가즘은 왜 이렇게 공통점이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는데요. 남들과 같은 듯 다른 나의 몸을 계발하는 일도 흥미로운 작업 아닐까요?😉 당신도, 당신만의 오르가즘 스토리를 써 내려가시길!

1. Herbenick, Debby et al. “Women's Experiences With Genital Touching, Sexual Pleasure, and Orgasm: Results From a U.S. Probability Sample of Women Ages 18 to 94.” Journal of sex & marital therapy vol. 44,2 (2018): 201-212. doi:10.1080/0092623X.2017.1346530

2.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 발달에는 구강기-항문기-남근기-성기기로 총 4가지 단계가 있다고 봤어요. 여성의 경우 자기 성기에 호기심을 갖는 남근기에 고착될 경우 성숙한 질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한다고 봤죠.

3. Komisaruk, Barry R et al. “Women's clitoris, vagina, and cervix mapped on the sensory cortex: fMRI evidence.”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 vol. 8,10 (2011): 2822-30. doi:10.1111/j.1743-6109.2011.02388.x

4. Armstrong, Elizabeth A., et al. “Accounting for Women’s Orgasm and Sexual Enjoyment in College Hookups and Relationship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 77, no. 3, June 2012, pp. 435–462, doi:10.1177/00032.